2021.02.23.(화)
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수술날이다. 11시~12시 사이에 수술실 들어갈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랑 잔뜩 긴장한 채 아침 시간을 보냈다. 자정부터 금식에다가 물도 못마셨기 때문에 12시까지 기다리는 것이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. 기다리면서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, 상의를 수술복으로 갈아 입었다. 수술복으로 갈아 입으니 엄마가 날 보고 훌쩍하셨다.
12시가 되니까 남자 레지던트 두 분이 나를 데리러 오셨다. 엄마는 수술 준비실 앞까지만 동행할 수 있다고 했다. 걸어 가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했는데 준비실 앞에 도착하는 순간 엄마가 우셔서 나도 눈물이 났다. 잘 받고 오겠다며 인사드리고 나 혼자 침대에 누워 준비실에 들어갔다.
수술 준비실은 또 다른 입원실 같았다. 입원실보다는 응급환자 병동이 가까울려나? 간호사들이 바쁘게 돌아다녔고, 나는 천장에 써져 있는 '두려워 하지 말라' 성경 구절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. 쥬르륵..
간호사 언니 한 분이 오셔서 수술용 주사를 놓는다고 했다. 주사 바늘이 커서 아플 것이라고 했는데 너무 잘 놓아 주셔서 하나도 안 아팠다. 항생제 투여 받고, 또 기다림의 시작.. 30분정도 기다린 것 같다. 기다리면서 간호사 여러 분이 다녀갔는데 "이름이 뭐에요? 어디 수술 받을거에요? 담당하시는 교수님 성함이 뭐에요?" 이렇게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가셨다. 혹시 모를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일까?
내 차례는 갑자기 찾아 왔다. 레지던트 몇 분이 오셔서 내 침대를 수술실로 옮겼다. 수술실로 들어선 순간 굉장히 환해졌고, 드라마에서만 듣던 삑...삑... 소리가 들렸다. 원래 누워있던 침대에서 수술대 위로 자리를 옮겼고, 레지던트 분들이 분주하게 내 팔과 다리를 다 고정했다. 마취학과 교수님과 인사를 나누고, 반가운 갑상선 외과 교수님이 "우리 마취 깨고 봐요~^^" 해주셨다. 나한테 산소 마스크라며 숨을 세 번 쉬라고 했는데 숨을 다 쉬자마자 의식을 잃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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